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꽤 공감과 울림이 있었고, 지금은 더 유효하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최강야구'가 가끔 뜬다. 이대호 선수가 4연타석 홈런을 쳤다는 썸네일에 끌려 우연히 봤는데, 역시 굉장했다. 정상급 선수로서의 폼을 유지한 채 은퇴했던 기억이 있고, 글을 쓰다 기록을 찾아보니 은퇴 시즌에 타율 4위, 타자 4위, 홈런 5위, 타점 4위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더라. 은퇴하긴 아깝다는 의견이 90% 이상이었지만, 선수는 과감히 은퇴를 결정했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자신의 말을 정말 지킨 것이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 계획없이, 하다보면 잘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39년 쯤 잘 살았는데, 요즘엔 부쩍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다. 그럴 때면 "박수칠 때 떠나자"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 빙빙 맴돈다. 13년 정도의 교사 생활을 돌아보면 대부분 좋은 기억 뿐이다. 근래의 기억도 마찬가지, 오히려 더 좋은 기억들이 많다. 좋았던 순간들이 많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이 순간이 점점 사라질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같이 따라온다. 사실 박수칠 때 떠나고 싶다는 말로 포장했지만 미래의 나는 좋은 선생님으로 존재하지 못할 것 같은 걱정과 불안이 내면에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의 어느 부분이 많이 닳아있었나 싶기도 하다.
박수 칠 때 떠나는 사람이 될지, 끝까지 버텨내 강한 사람임을 증명할 지.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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