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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다음 소희

다음 소희, 소희 역할을 맡은 김시은 배우가 인상적이어서 인스타그램 팔로잉도 했다... ㅎㅎ

 
우리 학교는 마이스터고등학교이다.
 
대학 진학보다는 전문 기능인을 양성을 목표로 전공과 실무 위주의 교육을 한다. 이 곳에서 나는 비주류 of 비주류 과목의 교사로 존재하고 있다. 처음에는 비주류 교과목 담당 교사로서의 삶이 마뜩치 않았고, 역사 수업에 대한 갈증이 있어 학교를 떠나고자 했으나 역시나 게으름 - 행동력 제로의 인간이라 생각에 그쳤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오히려 이 상황에 감사하고 있다. 아주 예쁜 우리 학교 학생들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아도 수업을 잘 듣고 있고, 모의고사의 압박에서 벗어나 있기에 하고 싶은 수업을 여유있게 하는 편이다. 역사 전공자의 자부심으로 통합 사회를 가르치는 것도 매우 싫었으나 지금은 통합 사회를 가르치는게 훨씬 좋다...! (역포자가 늘어나고 있다...)
 
평소에 학생들에게 보여줄만한 영화를 찾아보는 편인데, 올해 개봉한 '다음 소희'라는 영화를 보고, 꼭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2학기 개학 직후 집중력이 떨어져있는 틈을 타 다음 소희를 보여줬고, 아이들은 상당히 몰입해 잘 봤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달쯤 지났을까, 학생 중 한 명이 '다음 소희' 영화를 보고 심각하게 우울해해서 학부모가 민원 전화를 넣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들의 희망을 꺾을 수도 있는 내용이니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지 생각해보라는 관리자의 말에 일단 알겠다고 하고 나왔지만 기분이 좋진 않았다. 
 
"내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사회적인 관심과 공감대가 필요해"


라는 취지에서 영화를 보여줬지만, 일부 학생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아니면 정확하게 의도를 이해했지만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어리니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 당시에는 기분이 나빴다고 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내 의도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까... 좋은 의도에서 영화를 보여줬지만 그로 인해 학생이 심한 우울감을 느꼈다면 내 책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고 교직 경력이 쌓일수록 어떤 상황에서 정답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렇게 보면 내가 맞고, 다르게 보면 네가 맞고... 그러다보니 점점 더 애매하게 대답하는 것 같고, 내게서 정답을 원하는 아이들은 내게 답답함을 느끼는게 느껴지기도 한다..... 막 글을 쓰다보니 더 어려워졌다.
 
"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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